728x90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74

나이를 먹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 나만일까

나이란 건 도대체 언제쯤 익숙해질까. 스무 살에도 두려웠고, 서른에도 불안했고, 이제 서른여덟을 지나 마흔이 코앞에 다가오니 더 무섭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건데, 그 숫자가 내 삶을 자꾸 재단하는 것 같아 괜히 주눅이 든다.스무 살의 나는 늘 서른을 상상했다. 서른이면 직장도 안정되고, 내가 쓰고 싶은 글도 쓰면서,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었을 때 나는 어른보다는 여전히 불안한 아이에 가까웠다. 돈은 늘 부족했고, 실패는 잦았으며, 자존심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늘 마음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그때는 서른이 참 무겁게 느껴졌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참 젊었다.스물서너 살쯤, 나는 또래보다 조금 일찍 결혼을 했다..

서평:)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시작된 이야기 속에서

어느 날 스친 이 가 불쑥 말했다. “이 책은 꼭 헬리아님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단순한 권유였지만 그 말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의 확신 어린 추천은 때때로 묘한 힘을 가진다. 내가 망설이는 순간을 가볍게 뛰어넘게 만들고, 알지 못했던 세계로 곧장 들어서게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는 고민할 겨를도 없이 책을 주문했고, 배송 상자를 열자마자 곧장 읽기 시작했다. 제목부터가 나를 사로잡았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내 마음속 불안을 단번에 간파하고 “지금 이 순간도 이미 시작이야”라고 속삭이는 듯했다.나는 늘 글을 쓰기 전 불안했다. 준비가 덜 되었다는 감각, 아직 내 이야기가 미숙하다는 자책, 글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곤 했다. 그래서 ‘언젠가 제..

죄와 벌』 서평 – 인간은 어디까지 용서받을 수 있는가

죄와 벌 1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 『죄와 벌』 제1권. 도스토예프스키가 8년간의 유형 생활 후 발표한 두 번째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서로 갈등하고 교차한다. 1860년대 후반의 페테르부르크. 지방 소도시 출신의 청년 라스콜니코프는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관’ 같은 방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어느 날 저녁, 그는 머릿속으로 구상한 계획에 따라 전당포저자도스토예프스키출판민음사출판일2012.03.30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고전 중에서도 가장 무겁고, 가장 인간적인 소설이다.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죄란 무엇이고 벌이란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단지 누군가를 죽였기 때문이 ..

서평:) 라이온 킹

라이온 킹어린 사자 심바는 친구인 날라와 놀며 정글의 왕인 아버지 무파사에게서 자연의 법칙을 배우고, "빨리 왕이 되고 싶어"를 노래한다. 그러나 평화로운 왕국에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고, 왕의 동생 스카가 "대비하라"는 노래를 부르며 반역을 꾀한다. 그는 하이에나들과 먼저 결탁한 뒤 심바를 이용하여 왕을 살해하고, 그 죄를 심바에게 뒤집어씌운다. 심바는 하이에나들의 추격과 자신이 저지를 죄를 피해 달아난다. 사막에서 죽을뻔한 심바는 자신을 구해준 티몬, 품바와 함께 살며, 자신의 과거와 고향을 잊으려 한다. 어느덧 성장한 심바는 옛친구 날라를 만난다. "오늘밤 사랑을 느낄 수 있나요"의 감미로운 노래속에서 둘은 사랑을 느끼고, 날라는 고향의 사정을 설명한다. 고향은 스카의 폭정과 하이에나들의 횡포로 삭막..

인생이라는 영화의 장르에 대하여

어떤 장르의 영화처럼 살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액션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며, 환상적인 판타지도 아니다. 나는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휴먼드라마 속을 살아가고 싶다. 반짝이는 클라이맥스가 없어도 좋고, 박수를 유도하는 영웅의 서사도 없어도 된다. 다만,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독이며,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면, 나는 충분히 만족스럽다.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조연이기도 하다. 조연으로서 누군가의 장면을 완성시켜주는 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빛나는 한 사람 뒤에 존재하는 조용한 배경처럼, 나는 누군가의 하루를 덜 외롭게 만들고,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평:)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발견하고 이해하는 순간순간을 기록했다. 가난했기에 힘겨웠으나 그래서 즐겁기도 했던 성장기, 자각하지 못했던 음식과 콘텐츠에 대한 고유한 취향, 타고난 성격과 대인관계에서의 특징, 인생의 우선순위 등을 꾸밈없이 풀어냈다. 작가가 된 이후의 삶을 기록한 2장은 “내게 글쓰기는 친구였고, 행복이었고, 구원이었다”로 요약된다. 2017년 등단 후 달라진 생활 패턴과 삶의 질, 대인관계와 자존감 등을 이야기한다. 글쓰기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놀랍도록 바꾸어놓았는지저자김동식출판요다출판일2024.02.15– 무심한 하루에도 색이 있었음을, 다시 말해주는 에세이『무채색 삶이라고 생각했지만』은 제목부터 마음을 붙잡는다.아무 감정도,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지나가던 날들.그 회색빛 하루 속..

서평:) 82년생 김지영

📚 리뷰 by 헬리아🗓️ 읽은 시기: 유독 여자로서 ‘살기’가 버겁게 느껴졌던 어느 날💬 키워드: 여성, 일상, 구조, 공감, 침묵82년생 김지영(오늘의 젊은 작가 13)(양장본 HardCover)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세 번째 작품 『82년생 김지영』.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저자조남주출판민음사출판일2016.10.14처음 이 책을 읽었..

튀김과 와인 사이, 오늘도 나를 토닥인다 (백수ver.)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피곤하다.남들은 백수는 한가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가만히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잠잠하지 않고, 머릿속은 멈추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생각은 쉴 틈 없이 밀려오고,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이 자꾸 등을 밀어댄다. 그러니 저녁이 되면, 나도 나름대로 지쳐 있다.조용한 밤, 혼자 있는 방. 이건 내 작은 세계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내 맘대로 조명을 낮추고, 스탠드 불빛만 켜 둔다. 그리고 오늘도 내 취향을 꺼내 든다 — HARDY’S VR Moscato 2021.처음 이 와인을 마셨을 때를 기억한다.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뿐인데도, 그 향이 주는 위안은 꽤 컸다. 리치, 복숭아, 청포도 같은 향들..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은 운동장을 달린다

잠을 자야 한다는 건, 어쩌면 하루 중 가장 확실한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눈꺼풀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힘마저 빠져나가려 할 때쯤이면 내 몸은 분명 잠들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머리는 각성한다. 무대의 조명이 꺼졌는데도 혼자 남아 마이크를 붙잡고 독백을 이어가는 배우처럼, 내 머릿속 생각들은 밤을 무대로 삼아 줄줄이 나와 박수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지 않는다.오늘 지나온 하루를 되감기처럼 다시 틀어보기도 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상상해 염려하고, 누구의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그 표정은 무슨 뜻이었을까.’ ‘혹시 나를 오해한 건 아닐까.’ 이미 끝난 상황에 자꾸만 ..

서평:)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사랑스런 꼬마 악동 제제의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너무나 일찍 삶에 숨겨진 슬픔을 발견한 5살 꼬마 제제의 이야기를 그린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출간했던 '동녁'에서 작가와 정식으로 계약하고 기존의 오역된 부분을 바로잡아 새롭게 출간했다. 제제의 아름답고도 가슴 저미는 성장 이야기와 함께 제제에게 진실된 사랑과 우정을 가르쳐준 뽀르뚜가와의 장난스런 만남과 고통스런 이별까지 따라간다. 감성저자J. M. 바스콘셀로스출판동녘출판일2010.04.15처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은 건 어린 시절이었다.하지만 그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그저 '불쌍한 아이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고,왜 마지막에 그렇게까지 아파야 했는지, 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