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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writing(창작 이야기) 15

인생이라는 영화의 장르에 대하여

어떤 장르의 영화처럼 살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액션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며, 환상적인 판타지도 아니다. 나는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휴먼드라마 속을 살아가고 싶다. 반짝이는 클라이맥스가 없어도 좋고, 박수를 유도하는 영웅의 서사도 없어도 된다. 다만,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관객들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독이며,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라면, 나는 충분히 만족스럽다.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조연이기도 하다. 조연으로서 누군가의 장면을 완성시켜주는 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빛나는 한 사람 뒤에 존재하는 조용한 배경처럼, 나는 누군가의 하루를 덜 외롭게 만들고,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튀김과 와인 사이, 오늘도 나를 토닥인다 (백수ver.)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피곤하다.남들은 백수는 한가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가만히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잠잠하지 않고, 머릿속은 멈추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생각은 쉴 틈 없이 밀려오고,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이 자꾸 등을 밀어댄다. 그러니 저녁이 되면, 나도 나름대로 지쳐 있다.조용한 밤, 혼자 있는 방. 이건 내 작은 세계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내 맘대로 조명을 낮추고, 스탠드 불빛만 켜 둔다. 그리고 오늘도 내 취향을 꺼내 든다 — HARDY’S VR Moscato 2021.처음 이 와인을 마셨을 때를 기억한다.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뿐인데도, 그 향이 주는 위안은 꽤 컸다. 리치, 복숭아, 청포도 같은 향들..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은 운동장을 달린다

잠을 자야 한다는 건, 어쩌면 하루 중 가장 확실한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눈꺼풀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힘마저 빠져나가려 할 때쯤이면 내 몸은 분명 잠들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머리는 각성한다. 무대의 조명이 꺼졌는데도 혼자 남아 마이크를 붙잡고 독백을 이어가는 배우처럼, 내 머릿속 생각들은 밤을 무대로 삼아 줄줄이 나와 박수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지 않는다.오늘 지나온 하루를 되감기처럼 다시 틀어보기도 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상상해 염려하고, 누구의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그 표정은 무슨 뜻이었을까.’ ‘혹시 나를 오해한 건 아닐까.’ 이미 끝난 상황에 자꾸만 ..

Out of sight, out of mind

우리가 마주하지 않는 것들은 점점 희미해진다. 눈앞에 없는 것들은 마음에서도 저절로 지워진다. 마치 먼지 쌓인 사진첩처럼, 한때 소중했던 존재도 시간이라는 침묵 앞에 잊히기 마련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관계의 본질이고, 시간과 기억의 작동 방식이다.어느 날,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된 편지를 발견했다. 이름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내 곧 아무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애틋해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얼굴도 목소리도 희미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눈에서, 마음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다. 꼭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저 함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사이, 우리는 서로에게 점점 무관해졌..

겨울..그리고 당신 2

2장 그날 밤,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오랜 시간 무겁게 짓눌렀던 기억에서 해방된 듯한 꿈이었다. 눈부신 햇살이 새벽에 그녀의 창문을 스치고, 그녀는 처음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떴다. 거실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 속에서 새싹이 움트고 있었다. 겨울 속에서도 생명이 깨어난다는 사실이 희망처럼 느껴졌다.그러나 그녀의 일상은 여전히 바쁘게 흘러갔다.출근길의 지하철, 이어폰 속에서 흐르는 잔잔한 음악,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 그녀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를 향한 미련과 아쉬움은 그날의 한숨과 함께 사라져 갔고, 대신 작은 행복들이 그녀의 하루를 채우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이제 새로운 사람이 있었다. 그와의 관계는 안정적이었다. 그는 따뜻했고, 믿음직스러웠으며, 그녀가 힘든 순간에 항상 ..

소설:)겨울,그리고 당신

1장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12월의 거리에서 그녀는 홀로 서 있었다. 입고 있는 외투의 단추를 꼭꼭 채웠지만, 세상이 차갑게 얼어붙은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마음이 그랬다.7년 전 겨울, 그는 떠났다.한 마디 말도 없이, 약속도 없이. 그녀의 삶에서 그의 흔적은 바람처럼 사라졌다. 무책임하게. 단호하게. 그러나 잔인할 만큼 또렷하게."나는 당신을 사랑했어."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되뇌어도 아픔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그 감정은 그녀를 흔들고 있었다.그날, 7년 만에 그가 연락을 해왔다.“보고 싶다.”화면에 떠오른 짧은 메시지는 단순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이제 와서?'그녀는 무릎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그의 ..

싱숭생숭, 나를 흔드는 작은 바람

싱숭생숭. 이 단어는 어쩐지 마음에 걸린다.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내 안에서 잔잔히 파동을 일으킬 때, 나는 종종 이 단어를 떠올린다. 확실한 이유가 없는데도 마음이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품고 흔들릴 때, 나는 그 기분을 ‘싱숭생숭하다’고 부른다.이상하게도, 이 감정은 계절이 바뀔 때 자주 찾아온다. 봄이 오기 전날 밤,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서서히 녹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들뜨고 허전하다. 혹은 가을 저녁,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창가에 앉아 있을 때, 잎사귀 하나가 떨어지는 걸 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련함이 몰려온다.싱숭생숭한 기분은 때로는 아주 사소한 순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오래된 노래를 우연히 듣거나, 지나가던 거리에서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낄 때. 아무 ..

삶:)자장면, 기억의 맛

면 요리를 좋아하는 내가 유일하게 손대지 못하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아마 자장면일 것이다. 어릴 적엔 별다른 문제없이 맛있게 먹었을 것 같지만,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 알 길이 없다. 분명한 건, 자장면을 먹을 때면 항상 소화가 안 되어 속이 더부룩하고 결국 체하고 만다는 것이다.어쩌면 그 시작은 임신 중이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생명을 품은 몸은 평소와 다르게 민감해졌고, 자장면처럼 진하고 기름진 음식은 한 숟갈만 먹어도 속이 뒤집히는 일이 잦았다. 아니면 그날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잔뜩 긴장한 채 누군가와의 대화를 이어가던 자리였는지, 억지로 웃으며 한 입 한 입을 넘겼던 순간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장면은 어느새 내게 두려운 음식이 되고 말았다.그래도 가끔은 자장면이 생각난다. 탕수육..

씀:)라면의 시

물결치는 냄비 속,파도가 춤을 추면,은빛 면발은 바람을 타고끝없는 여행을 시작한다.스프의 붉은 별가루,그 작은 우주 속에서얼큰함과 짭조름함이서로를 끌어안는다.파 송송, 계란 톡,손끝에서 더해지는나만의 온기.그 한 숟가락엔위로와 허기가 녹아 있다.밤하늘 대신작은 식탁 위에서라면은 별빛이 되고,고단한 하루를뜨겁게 감싸준다.한 젓가락,그리고 또 한 젓가락.라면 속에 숨겨진삶의 맛을 음미하며오늘을 삼킨다.

오늘의 씀:) 국민청원

모니터 앞, 클릭 한 번,우리의 목소리는 빛이 되어 퍼진다.불공평한 어둠 속에서도작은 손짓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고,침묵했던 마음들이 하나로 뭉친다.서명을 넘어선 공감의 힘,나와 너, 우리가 엮는 희망의 끈.외면할 수 없는 부조리의 틈에서바뀌길 원하는 세상의 무게를 나눈다.작은 목소리들이 커져함성으로 울릴 때,그 순간을 기다리며 우리는 믿는다.모두의 바람이 모인 청원은,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이 작은 클릭이 역사가 되고,우리의 연대가 빛을 더할 날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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