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J. M. 바스콘셀로스
- 출판
- 동녘
- 출판일
- 2010.04.15
처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은 건 어린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땐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불쌍한 아이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고,
왜 마지막에 그렇게까지 아파야 했는지, 왜 아무도 제제를 안아주지 않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알았다.
제제는 나였고, 너였고, 우리 모두였다는 걸.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단순히 불우한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이 아니다.
그건 너무 단순한 정의다.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 어른들이 놓치고 간 ‘작은 아이’ 하나쯤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제제는 다정하고 상처받기 쉬운 아이였다.
상처를 웃음으로 감추는 법을 너무 일찍 배웠고,
사랑이 부족한 세상에서 사랑을 꿈꾸는 법을 혼자 터득해야 했다.
그 작은 어깨로, 가족의 무관심과 가난, 폭력과 외로움을 버텨야 했고
그러면서도 '포르투가' 아저씨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했다.
말장난 같던 제제의 상상력이
사실은 그 어떤 어른보다 깊은 슬픔의 증거였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가
가장 사랑하던 존재를 잃고
그제야 ‘진짜 어른’이 되는 장면에선
정말이지,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제제가 진짜로 철드는 장면은
다름 아닌 슬픔을 견뎌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이
너무도 잔인하고, 동시에 너무도 현실적이었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어린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나를,
그리고 잊고 지낸 그 어떤 순수한 마음을
다시 꺼내어 보여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제제 같은 아이를 만나면 어떤 어른일까?”
“내가 누군가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기에, 더 울컥한다.
세상은 점점 차가워지고, 우리는 점점 단단해지지만
그 단단함 아래에는 사실 제제처럼
조그맣고 여린 마음 하나쯤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그래서 읽을수록 더 아프다.
그리고 더 다정하다.
상처가 그대로 드러나는데도, 책은 우리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조용히, 가만히 말해준다.
"그래도 사랑할 수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 문장이, 그 온기가
책을 덮은 지금도 가슴 어딘가에 남아 있다.
나는 아직도 내 안에 어린 제제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괜찮다고.
너는 충분히 잘 견뎠다고.
네가 꿈꾸던 사랑은 틀리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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