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도스토예프스키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12.03.30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고전 중에서도 가장 무겁고, 가장 인간적인 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죄란 무엇이고 벌이란 무엇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누군가를 죽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죄를 짊어진 채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고통과 구원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삶에 대한 절망, 이상주의적 환상,
그리고 세상에 대한 냉소 속에서 그는
“선한 목적을 위해 악행을 저질러도 되는가”라는 명제를 품고
고리대금업자를 살해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죄를 지었지만, 그 행위보다
그 이후의 ‘벌’이 훨씬 더 무섭고 깊다.
그는 누구에게 쫓기지도 않지만,
스스로를 속이지 못한 채 죄책감에 무너진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을 통해
법적인 죄가 아닌, '도덕적 죄의식'이라는
심리적 지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지옥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려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죄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파괴한 행위'라는 생각을 했다.
그 관계가 무너지면,
인간은 혼자가 되고,
혼자가 된 인간은 제 안에서 스스로 벌을 만들어낸다.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말한다.
“무릎 꿇고 땅에 입 맞춰, 나는 살인을 저질렀다, 하고 외치세요.”
이 대목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구절처럼 느껴졌다.
그는 외적으로 벌을 받기 이전에,
이미 내면에서 벌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죄와 벌』은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다.
그건 인간의 양심, 회개, 구원에 대한 철학적 사유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멍했다.
내 안에 ‘용서’라는 감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또는 나 자신을 향한 것인지 모를 채로 흔들렸다.
죄는 짓는 순간보다,
그 죄를 껴안고 살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깊고 복잡하다는 걸 이 책은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의 고통을 끝끝내 품어내는 작가의 시선은
이 작품을 단순한 고전을 넘어서,
인간 본질의 탐색서로 만들어준다.
『죄와 벌』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죄와 마주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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