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피곤하다.남들은 백수는 한가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가만히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잠잠하지 않고, 머릿속은 멈추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생각은 쉴 틈 없이 밀려오고,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이 자꾸 등을 밀어댄다. 그러니 저녁이 되면, 나도 나름대로 지쳐 있다.조용한 밤, 혼자 있는 방. 이건 내 작은 세계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내 맘대로 조명을 낮추고, 스탠드 불빛만 켜 둔다. 그리고 오늘도 내 취향을 꺼내 든다 — HARDY’S VR Moscato 2021.처음 이 와인을 마셨을 때를 기억한다.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뿐인데도, 그 향이 주는 위안은 꽤 컸다. 리치, 복숭아, 청포도 같은 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