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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13 2

튀김과 와인 사이, 오늘도 나를 토닥인다 (백수ver.)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피곤하다.남들은 백수는 한가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안다. 가만히 있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잠잠하지 않고, 머릿속은 멈추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없지만, 생각은 쉴 틈 없이 밀려오고,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이 자꾸 등을 밀어댄다. 그러니 저녁이 되면, 나도 나름대로 지쳐 있다.조용한 밤, 혼자 있는 방. 이건 내 작은 세계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내 맘대로 조명을 낮추고, 스탠드 불빛만 켜 둔다. 그리고 오늘도 내 취향을 꺼내 든다 — HARDY’S VR Moscato 2021.처음 이 와인을 마셨을 때를 기억한다. 한 모금 입에 머금었을 뿐인데도, 그 향이 주는 위안은 꽤 컸다. 리치, 복숭아, 청포도 같은 향들..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은 운동장을 달린다

잠을 자야 한다는 건, 어쩌면 하루 중 가장 확실한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눈꺼풀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힘마저 빠져나가려 할 때쯤이면 내 몸은 분명 잠들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머리는 각성한다. 무대의 조명이 꺼졌는데도 혼자 남아 마이크를 붙잡고 독백을 이어가는 배우처럼, 내 머릿속 생각들은 밤을 무대로 삼아 줄줄이 나와 박수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지 않는다.오늘 지나온 하루를 되감기처럼 다시 틀어보기도 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상상해 염려하고, 누구의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그 표정은 무슨 뜻이었을까.’ ‘혹시 나를 오해한 건 아닐까.’ 이미 끝난 상황에 자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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