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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3

잠이 오지 않는 밤, 생각은 운동장을 달린다

잠을 자야 한다는 건, 어쩌면 하루 중 가장 확실한 ‘해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 눈꺼풀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힘마저 빠져나가려 할 때쯤이면 내 몸은 분명 잠들 준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머리는 각성한다. 무대의 조명이 꺼졌는데도 혼자 남아 마이크를 붙잡고 독백을 이어가는 배우처럼, 내 머릿속 생각들은 밤을 무대로 삼아 줄줄이 나와 박수도 받지 못한 채 사라지지 않는다.오늘 지나온 하루를 되감기처럼 다시 틀어보기도 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일을 미리 상상해 염려하고, 누구의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혼자 상처받기도 한다. ‘그때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그 표정은 무슨 뜻이었을까.’ ‘혹시 나를 오해한 건 아닐까.’ 이미 끝난 상황에 자꾸만 ..

에세이:)12월의 이야기

12월은 마치 한 권의 책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처럼 다가온다. 1월의 희망과 6월의 활기는 이미 지나갔고, 한 해 동안 쌓였던 시간들이 차분히 정리되는 달이다. 나는 이 달을 "회고와 기대의 달"이라고 부르고 싶다. 회고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고, 기대는 앞으로 펼쳐질 시간을 상상하게 한다.추운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한 해의 흔적이 마음을 울린다. 좋은 기억들도, 아쉬움으로 남은 순간들도 모두 그 바람에 녹아든다. 아침 창문에 맺힌 성에를 닦으며 떠오르는 건, 지나간 나의 모습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바라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갔을 수도, 아직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할까? 중요한 건 내가 이 한 해를 살아냈다는 사실일 것이다.12월은 누군가에겐 반짝이는 불빛과 따뜻한 ..

꿈/에세이

작가로 어른이 되다어릴 적, 나는 동화를 읽으며 자랐다. 신데렐라가 새벽별처럼 반짝이는 유리 구두를 신을 때마다 마음이 설레었고, 백설공주가 첫사랑의 키스로 깨어날 때면 사랑의 기적을 믿고 싶었다. 장화홍련의 슬픈 이야기에 가슴 아파하며 울고, 심청이가 연꽃 속에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세상에 효가 주는 감동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콩쥐팥쥐의 힘겨운 순간을 넘어서는 모습은 약자도 결국엔 승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그때 나는 결심했다. 어린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법 같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내 손끝에서 태어난 이야기가 누군가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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